주방 사람들 #12
“찬은 손이
기억합니다”
반상 본점 찬모 이정순. 열여덟에 국숫집 보조로 시작해 서른 해를 찬 담당으로 보냈습니다. 지금도 아침 6시 40분에 첫 번째로 주방에 들어옵니다.
- 서른 해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요.
- 재료가 빨라졌어요. 예전엔 새벽에 시장에 나가서 직접 골랐는데 지금은 전날 저녁에 뽑은 게 아침에 문 앞에 와 있습니다. 대신 눈으로 확인할 시간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박스를 열면 제일 먼저 냄새를 맡습니다.
- 찬을 몇 가지나 만드시나요.
- 하루에 열두 가지. 그중 여섯은 매일 새로 하고, 넷은 이틀에 한 번, 둘은 장아찌라 계절에 한 번 담급니다. 열두 가지가 최대예요. 더 늘리면 하나씩 맛이 흐려집니다.
- 레시피를 적어두시나요.
- 안 적습니다. 적어두면 그날 재료가 달라졌을 때 못 맞춰요. 열무가 억센 날은 소금을 덜 넣고 절이는 시간을 늘리는데, 그건 숫자로 안 남습니다. 손이 기억하는 거예요. 젊은 친구들한테는 그래서 세 번 같이 해보라고 합니다.
- 여름이 제일 힘드시겠어요.
- 8월이요. 그런데 힘든 건 더위가 아니라 시간이에요. 무침은 만들어서 두 시간 안에 나가야 합니다. 그 이상 되면 물이 생겨요. 그래서 여름엔 점심 장사 전에 두 번, 저녁 전에 두 번 나눠서 합니다. 하루에 네 번 같은 걸 만드는 셈이죠.
-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게 있다면.
- 간을 볼 때 서서 보지 말고 앉아서 보라고 합니다. 서 있으면 급해져요. 급하면 짜집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삼십 년 동안 이것 하나는 확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