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주방은 덥습니다. 화구 앞 체감 온도가 45도를 넘는 날이 8월에만 열아홉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취재한 서른두 곳 중 스물넷은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화구 사용 시간을 평소의 절반 아래로 줄이고 있었습니다. 더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손님 앞에 놓이는 순간의 온도가 맞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차가운 것부터 상에 올린다
반상 본점의 찬모 이정순 씨는 여름 상차림을 짤 때 종이에 온도부터 적는다고 했습니다. 4도, 12도, 상온, 65도. 네 칸을 그려놓고 그 안에 메뉴를 넣습니다. 4도 칸에는 물김치와 콩국, 12도 칸에는 나물과 무침, 상온 칸에는 장아찌와 젓갈, 65도 칸에는 딱 한두 가지만 남깁니다.
“뜨거운 걸 두 개 이상 넣으면 상이 무너져요. 하나는 반드시 식습니다. 그러면 손님은 식은 걸 먹게 되는 거고요.” 그의 말대로 여름 반상에서 불을 쓰는 자리는 대개 한 자리뿐이었습니다.
열무는 사흘이 한계다
재료 쪽에서 가장 자주 나온 이름은 열무였습니다. 서른두 곳 중 스물아홉 곳이 8월 메뉴에 열무를 올렸습니다. 다만 조건이 붙었습니다. 뽑은 지 사흘. 그 뒤로는 줄기가 질겨지고 쓴맛이 올라와 김치로도 국수로도 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 가락시장 경매는 새벽 3시 40분에 시작해 4시 20분경 마감됩니다
- 산지 직송 열무는 전날 저녁에 뽑아 밤 사이 올라옵니다
- 취재한 곳 중 아홉 곳은 아예 계약 재배로 요일을 고정했습니다
- 물에 담가두는 시간은 대부분 20분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여름 반상의 순서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4도짜리를 상에 올리고, 손님이 자리에 앉는 사이 12도짜리를 냅니다. 상온 반찬은 미리 깔아두고, 마지막에 뜨거운 것 하나를 붙입니다. 그 하나가 상 전체의 온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반상 편집실은 이 순서를 여덟 곳에서 직접 따라 해봤습니다. 상을 차리는 시간은 평균 4분 30초에서 3분 10초로 줄었고, 마지막 손님이 수저를 놓을 때까지 국의 온도는 58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 취재 기간
- 2026년 7월 28일 – 8월 14일
- 취재한 주방
- 서울·경기 32곳 (한식 다이닝 21, 백반 7, 국숫집 4)
- 측정 방식
- 적외선 온도계로 배식 직후·5분 후·15분 후 3회 측정
- 함께 읽기
-
주방 사람들 #12 — 찬모 이정순
Vol. 09 · 국물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