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날은 왜
병을 검게 만드나
글 서지현사진 문가온2026.08.13읽는 데 14분
글 서지현사진 문가온2026.08.13읽는 데 14분
레티날은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 몇 시간 안에 산화가 시작됩니다. 자외선이 더해지면 속도는 배로 빨라집니다. 그래서 이 성분을 쓰는 브랜드는 대개 병을 검게 만들거나, 아예 빛이 통하지 않는 알루미늄 튜브를 씁니다. 화장품에서 용기는 포장이 아니라 제형의 일부입니다.
국내 OEM 세 곳에서 받은 안정성 시험성적서 11부를 펼쳐놓고 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투명 유리에 담은 시료는 40°C·75% RH 조건에서 8주 뒤 잔존율이 61~68%까지 떨어졌습니다. 같은 제형을 차광 용기에 담았을 때는 92~95%가 남았습니다. 제형이 아니라 용기가 만든 차이입니다.
공기 접촉을 줄이는 데는 에어리스 펌프가 유리합니다. 다만 점도가 높은 밤 제형은 펌프 내부에서 잔량이 20% 가까이 남습니다. 실제로 한 제조사는 같은 처방을 튜브와 에어리스 두 형태로 내면서 용량 표기를 다르게 잡았습니다. 소비자가 실제로 쓰는 양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에어리스 용기 안에서 오일 상이 분리되는 모습. 흔들어 쓰라는 안내가 붙는 제형은 대개 이 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전성분표의 순서는 배합량 순입니다. 하지만 그건 제조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개봉 후 6개월 뒤에도 같은 양이 남아 있는지는 표기 의무가 없습니다. 사용기한(PAO) 표기가 6M인 제품을 12개월에 걸쳐 쓰고 있다면, 뒤쪽 절반은 처음과 다른 제품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해결책은 단순합니다. 용량을 줄이고 자주 사는 것. 30mL 앰플이 50mL보다 비싸 보여도 실제로 피부에 닿는 성분 기준으로는 더 쌀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소용량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건 대개 재고 회전의 문제입니다.
시험성적서를 공개하는 브랜드는 아직 소수입니다. 다만 요청하면 보내주는 곳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희가 접촉한 14개 브랜드 중 9곳이 2주 안에 자료를 회신했습니다. 회신하지 않은 5곳 중 3곳은 OEM사에 자료가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용기를 바꾸면 처방을 바꾼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용기는 원가표에서 늘 맨 아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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