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08

밤 여덟 시의
로비

보호자가 문을 나서는 3분. 그 3분이 그날 밤 열한 시간을 정합니다.

글 백서현 · 사진 노윤재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엎드린 흰 개
bg-01.webp1920×1080 · 16:9 · 커버스토리 헤드 A white dog lying on a concrete ledge overlooking a distant city glowing at night, deep blue-black sky with faint stars, warm amber city lights on the horizon, magenta #F74569 accent in the foreground, 24mm lens, wide cinematic night scene

루프독의 로비는 저녁 일곱 시 반부터 붐빈다. 야간 입실은 대개 저녁 약속 직전에 몰리기 때문이다. 보호자들은 대체로 급하다. 이동장을 내려놓고, 사료 봉투를 건네고, 마지막으로 한 번 쓰다듬는다. 그리고 문 쪽으로 돌아선다.

이 순간이 가장 어렵다. 개는 보호자가 신발을 신는 소리, 가방 지퍼를 올리는 소리를 이미 안다. 돌봄사 두 명은 이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개의 시선이 향한 방향에서 몸을 비켜 준다. 문을 가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3분의 규칙

루프독이 4년 동안 다듬은 규칙은 세 가지다. 어느 것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매일 지키기는 어렵다.

  • 인사를 길게 하지 않는다. 작별 인사가 길수록 개는 무언가 큰일이 일어난다고 학습한다. 보호자에게도 이 점을 미리 안내한다.
  • 이동장을 바로 열지 않는다. 보호자가 사라진 직후 30초는 이동장 안이 가장 안전한 자리다. 문은 열어두되 나오게 하지 않는다.
  • 다른 개를 먼저 붙이지 않는다. 첫 30분은 단독 공간에서 보낸다. 사회화가 잘 된 아이라도 마찬가지다.
“처음 온 아이일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돌봐주고 싶어지니까요.”

야간 담당 노윤재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4년 동안 야간조로만 일했다. 저녁 여덟 시에 출근해 아침 일곱 시에 퇴근한다.

어둠 속에서 한쪽 눈만 빛을 받는 검은 개
gallery-01.webp1600×900 · 16:9 · 본문 이미지Extreme close-up of a black dog's face in near darkness with a single sliver of warm light catching one amber eye, the rest of the frame falling to pure black, faint magenta #F74569 rim, 100mm macro at f/2, high contrast night portrait

첫 입실 30분 뒤 · 단독실 3호

개는 언제 잠드는가

지난 6개월 동안 야간 입실한 34마리의 활동 기록을 겹쳐 보았다. 객실 천장에 달린 적외선 센서가 30분 단위로 움직임 여부만 기록한 자료다. 영상은 남기지 않는다.

야간 시간대별 활동 기록
시간대움직임 기록된 개체첫 외박 개체비고
20:00–22:0034 / 349 / 9입실 직후. 전원 활동
22:00–24:0021 / 349 / 9소등 후 절반가량 안정
00:00–02:0011 / 348 / 9첫 외박 개체가 몰려 있음
02:00–04:006 / 344 / 9순찰 시간과 겹침
04:00–06:009 / 345 / 9새벽 각성
06:00–07:0030 / 349 / 9기상. 퇴실 준비

가장 눈에 띄는 건 자정에서 새벽 두 시 사이다. 전체로 보면 3분의 1만 움직였지만, 첫 외박인 아이 9마리 중 8마리가 이 구간에 깨어 있었다. 재방문 개체에서는 이 패턴이 보이지 않았다.

돌봄사들은 이 시간대에 순찰을 한 번 더 넣는다. 다만 문을 열지 않는다. 복도에서 잠깐 서 있다가 지나간다. 사람의 발소리가 지나가는 것만으로 다시 눕는 경우가 많다.

기록하지 않는 것

객실에는 카메라를 두지 않는다.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것이 실시간 영상이지만, 4년째 같은 답을 드리고 있다. 카메라를 켜면 돌봄사가 화면을 보게 되고, 화면을 보면 방에 덜 들어가게 된다. 대신 아침에 열한 시간을 요약한 기록지를 드린다.

다음 호에서는 그 기록지를 어떻게 쓰는지, 무엇을 적고 무엇을 적지 않는지를 다룬다.

순찰은 확인하려고 도는 게 아니라, 지나간다는 걸 알리려고 돕니다.

노윤재 — 야간 돌봄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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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돌봄사 노윤재의 기록은 vol.09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호가 네 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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