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7 · Cover Story

혈압약, 한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글 · 순환기내과 전문의 이한결 감수 · 한들의원 진료협의체 2026.08.13 읽는 데 8분

외래에서 고혈압 진단을 말씀드리면 거의 모든 분이 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던데요.” 결론부터 적겠습니다. 대부분은 오래 복용하게 되지만, 줄이거나 끊는 경우도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그 조건이 정해져 있고, 스스로 판단해 중단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약을 시작하는 기준부터

진료실에서 한 번 잰 혈압만으로 약을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진료실 혈압은 긴장 때문에 평소보다 10~20mmHg 높게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최소 2주간의 가정혈압 기록을 먼저 받습니다. 아침 기상 후 1시간 이내, 저녁 취침 전, 하루 두 번, 각각 2회씩 재서 평균을 냅니다.

가정혈압 평균이 135/85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봅니다. 여기에 나이, 흡연 여부, 당뇨·이상지질혈증 동반 여부, 콩팥 기능, 심혈관 질환 가족력을 함께 놓고 10년 심혈관 위험도를 계산한 뒤 약을 시작할지 결정합니다. 같은 140/90mmHg라도 위험 인자가 없는 40대와 당뇨가 있는 60대는 다른 결정을 합니다.

“평생”이라는 말은 약의 성질이 아니라 혈관의 상태에 붙는 말입니다. 혈관이 달라지면 약도 달라집니다.

줄이거나 끊을 수 있는 경우

실제로 감량 또는 중단을 검토하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체중이 감소해 체질량지수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을 때, 하루 나트륨 섭취가 뚜렷하게 줄었을 때, 과음이나 진통소염제 상시 복용 같은 이차적 원인이 제거되었을 때입니다. 이런 변화가 6개월 이상 유지되고 가정혈압이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면 용량을 절반으로 낮춰보고, 그 상태로 다시 3개월을 관찰합니다.

반대로 겨울철에 혈압이 오르는 것은 정상 반응입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해 수축기 혈압이 5~10mmHg 정도 올라갑니다. 이때 약을 늘렸다면 봄에 다시 조정합니다. 계절에 따라 용량이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이지 치료 실패가 아닙니다.

오래된 진료 기록부가 펼쳐진 나무 책상. 옆에 만년필과 잉크병이 놓여 있다
detail-01.webp800×600 · 4:3 · 본문 삽화 Warm still life of an old open ledger on a dark wooden desk with a fountain pen and a small ink bottle beside it, handwriting soft and illegible, single window light from the right, ivory paper against deep brown wood with ochre #8E831F highlights, 50mm, shallow depth of field, archival editorial mood

가정혈압, 이렇게 재주세요

팔뚝형 전자혈압계를 권합니다. 손목형은 자세에 따라 오차가 큽니다. 측정 5분 전에는 앉아서 쉬고, 커피와 담배는 30분 전부터 피합니다. 팔은 심장 높이에 두고 등받이에 기대어 앉습니다. 다리를 꼬지 않습니다. 1~2분 간격으로 두 번 재서 둘 다 적고, 평균을 씁니다.

숫자는 종이 수첩이든 휴대전화 메모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측정 날짜와 시각을 함께 적어 주세요. 아침값만 높은지, 저녁값만 높은지에 따라 약의 종류와 복용 시각이 달라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예약을 앞당겨 주세요.
가정혈압이 180/110mmHg 이상으로 반복해서 측정될 때 · 갑작스러운 심한 두통이나 시야 이상이 있을 때 ·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동반될 때 ·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질 때. 마지막 두 경우는 예약을 기다리지 마시고 즉시 119 또는 가까운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설명이며, 복용 중인 약의 조정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셔야 합니다. 스스로 판단해 중단하면 혈압이 급격히 오르는 반동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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