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Note · 2025.11
도시의 장면
브랜드 개편 과정에서 2년간 기록한 장면들. 실제 촬영 원칙도 함께 적었습니다.
01 새벽 네 시 반의 부두
브랜드 회의를 스무 번 한 것보다 부두에서 보낸 하룻밤이 더 도움이 됐습니다.
해온항 위판장은 새벽 네 시 반에 불이 켜집니다. 어선이 들어오고, 상자가 내려지고, 여섯 시가 되기 전에 대부분의 일이 끝납니다. 우리가 “아침이 빠른 도시”라는 말을 꺼냈을 때 어촌계장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여긴 원래 아침에 다 끝나요.”
도시 브랜드는 없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이미 매일 일어나는 일 중에서 도시 밖 사람에게도 설명되는 것을 골라내는 일에 가깝습니다. 해온에서는 그게 시각이었습니다. 하지 기준 06:47, 동지 기준 07:38.
2024년 3월 ~ 2025년 10월, 해온등대에서 총 214일 일출을 관측했습니다. 구름으로 관측이 불가능했던 날은 61일(28.5%)이었습니다.
02 물이 빠진 자리
해온 갯벌은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하루 두 번, 폭 1.2km까지 바닥이 드러납니다. 그때 남는 물결 자국이 브랜드 보조 그래픽의 원본입니다. 디자이너가 그린 곡선이 아니라 실제로 찍은 사진을 벡터로 옮긴 것이라, 곡률이 조금씩 불규칙합니다. 그 불규칙함을 다듬지 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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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dal flat at dawn with rippled sand patterns receding to the horizon, pale gold sky, minimal composition, muted ochre #8d5c0e and cool grey palette, 35mm, quiet editorial mood
03 가마에서 나온 것들
해온 도예촌에는 32개 공방이 있습니다. 대부분 2대 이상 이어온 곳이고, 유약에 지역 흙을 섞습니다. 그래서 완성품 색이 공방마다 조금씩 다른데, 그 폭 안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색을 뽑은 것이 해온 오커 #8D5C0E입니다.
브랜드 색을 정할 때 팬톤 책을 펴놓고 고르는 대신, 공방 32곳에서 그릇을 한 점씩 받아 스캔했습니다. 이 방식이 옳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왜 이 색인가”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04 사진 원칙
브랜드 사진은 다음 세 가지를 지킵니다. 홍보 대행사가 촬영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 얼굴을 크게 담지 않습니다. 손·뒷모습·도구 위주로 찍습니다. 초상권 문제뿐 아니라, 특정 인물이 도시를 대표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함입니다.
- 간판과 문자를 프레임에서 뺍니다. 상호가 찍히면 특정 업체를 홍보하는 결과가 됩니다.
- 보정으로 채도를 올리지 않습니다. 해온 바다는 실제로 그렇게 파랗지 않습니다.
“도시를 예쁘게 찍으면 사람들이 한 번 옵니다.
정확하게 찍으면 다시 옵니다.”